이 책은 기존의 MRI 교과서를 읽은 것만으로는 실제 검사의 시행이나 판독 시에 장비나 영상에 표시되는 각종 용어나 새로운 기법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분들을 위해 권할 만한 책입니다. 이 책의 원본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하고 Medical view사에서 출간된 개정판 [MRI 응용자재]입니다. 이 책의 번역을 추천하고 감수하면서 약 10여 년 전에 Donald Mitchell 교수의 [수학공식 없이 읽는 자기공명영상의 원리]를 접하고 번역할 당시 느꼈던 희열과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자가 자기공명영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한 책이라면 이 책은 어느 정도 임상경험을 쌓은 분들이 다양한 새로운 기법을 이해하고 실제적으로 응용하기에 아주 좋은 지침이 될 만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MRI 관련 교과서들은 용어 사용에 있어 각 장비회사들의 고유한 용어에 구애받지 않는 공통적인 명칭을 사용하여 기본 원리에 충실하였다면, 이 책에서는 각 장비회사가 내놓은 특수적인 기법이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타회사 장비의 대응되는 기법의 명칭들을 아울러 설명하고 있어 실제 검사 시에 사용자가 직접 다루고자 하는 장비에 해당하는 용어나 기법을 이해하기 쉽도록 한 장점이 있습니다. 기본 원리를 공부한 후 실제 임상 응용에 그 지식을 적용하고자 할 때 무언가 모자란 듯한 느낌을 갖곤 하였던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셨던 분이 있다면 이 책은 그 갈증을 해소시킬 만한 충분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우리병원에 설치된 새 장비의 사용설명을 위해 내방하였던 일본인 전문가가 이 책을 열심히 참고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입니다. 당시 같이 방문한 분을 조르다시피하여 이 책을 제공받고 막연히 그림과 약어로써만 대충의 내용을 살펴보기만 하고도, 이 책에는 저를 포함한 많은 MRI 종사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만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었고, 우리말 번역본이 있으면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번역본의 출간을 추진하였던 것이 벌써 2~3년 전의 일인데, 이제야 이 책을 선보이게 되어 아쉬우면서도 감개가 무량할 따름입니다.
급속히 발전하는 MRI 장비와 기술에 따라 여기에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 있을 수 있고, 검사방법이나 적응증면에서 우리나라의 실정과 일부 차이가 날 경우도 있어 부분적으로는 독자의 취사선택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보이나, 이 책 전반에 걸쳐 볼 수 있는 간결한 설명과 많은 그림과 사진들은 이를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으로 하여금 분명히 새로운 지적 경험과 발전을 얻을 수 있게 도와드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2008년 5월
연세대학교 영상의학과 교수 김 명 진
용어 번역에 관하여
MRI 관련 문헌을 번역하거나 교재를 쓰다 보면 항상 느끼는 점이 용어 사용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분들이 영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여 있고, 국가기관의 공식석상에 조차 단순한 영어 단어가 아닌 영어 구나 문장이 자연스럽게 쓰여지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영문용어를 그대로 차용하여 쓰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알파벳 문자로 된 용어를 혼용하는 것은 우리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독자의 시선을 어지럽히거나 요점에서 벗어나는 단어가 먼저 눈에 띄게 할 수 있어 피하여야 할 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pulse 같은 단어는 한 페이지에서도 10번 이상 나올 수 있어, 이를 전부 영문자로 쓸 경우 시선이 매우 어지러워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pulse를 다른 한글 용어로 부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 경우는 펄스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perfusion MRI와 같은 경우, 관류영상이라는 단어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단어는 한글화하여 사용하였다.
그러나, 모든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 또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이 또한 내용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어렵게 할 수 있어 독자로 하여금 쉽게 내용을 파악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와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알파벳 용어를 사용하고, 우리말로 자주 부르다 보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용어는 최대한 살려 보고자 하는 원칙을 갖고 용어를 신중하게 선택하고자 노력하였다. 때로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용어가 사용되는 경우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구글이나 네이버 국어 및 영어사전, 대한영상의학회 홈페이지의 용어검색에 나오는 용어라면 그대로 사용하였다. sequence라는 단어는 영상의학회 용어집에는 연쇄라는 단어가 추천되어 있으나, 구글을 검색하였을 때 한국어로는 대열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연쇄대신 대열을 선택하였다. 때로는 원서에 사용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적당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scan delay라는 용어는 스캔딜레이나 스캔지연보다는 지연시간이라는 용어가 더 적당할 것으로 생각되어 그렇게 바꾸도록 하였다.
끝으로, 최근 KMLE 의학검색엔진(http://www.kmle.co.kr/)이라는 매우 유용한 사이트를 발견하여 의협이나 기타 학문단체가 제공하는 용어집을 동시에 검색할 수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었는데, 이 사이트의 운영자가 가톨릭중앙의료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박용구 님으로 되어 있어 매우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어 소개드린다. 의협의 의학용어가 판을 거듭하면서 한글로 순화되고 있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자주 용어가 바뀌고 있어 혼선이 있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우리말 용어가 더욱 많이 정착되기를 고대한다.
